다극화 세계, 갈라파고스가 된 한국SW

건설업 같은 SI 종속이 낳은 기술적 고립, 그리고 다가오는 위협 — 한국SW, SI산업, 글로벌 아키텍처

SW 아키텍트가 바라봐야 할 세상은 기술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정학적 현실, 즉 세계 질서의 재편은 기술 선택과 아키텍처 방향에 그 어떤 기술 트렌드보다 더 강력하고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SW 시장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이상하고, 기괴하며, 기형적으로 작다. 그 근본 원인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해 온 구조적 문제, 바로 대기업 자회사 중심의 SI(system Integration) 산업 구조에 있다. 이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SW ‘제품(Product)’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에 그룹사의 요구사항에 맞춘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서비스(Service)’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SW 산업을 ‘서비스 위주’의 내수 시장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적인 ERP,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플랫폼 하나 없이 외국계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을 수입해 조립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트럼프 시대 이후 가속화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는 이제 미국, 중국, 유럽,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MENA 권역 등 다극화(Multipolar)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 새로운 시대에 기술은 더 이상 순수한 혁신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안보의 방패이자, 경제 패권의 창이며, 문화적 영향력의 첨병이다.

대한민국 SW 산업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과거처럼 외부의 표준을 수입해 조립하는 역할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다극화되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가진 독보적인 문화적 중립성을 무기 삼아, 각 권역의 SW 아키텍처가 형성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적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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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글로벌 IT 아키텍처 컨설팅 회사 CHRISCOMPANY의 기술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제공됩니다. 발행: 크리스미디어 (CHRIS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