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감원, 변동성을 누르는 규제로는 24시간 AI 거래 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
한국은 여전히 30% 캡이 있는 증권시장이다. 항상 일이 벌어지고 나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는 대응이 가리키는 시장관은 낡았다. 문제는 변동성을 억제하는 데 맞춰진 규제 관행이, 이제 가격이 한국 밖에서 24시간 만…
지난 15일 코스피는 하루 7.57% 급락해 5,554.22로 마감했다. 오전 9시 7분 매도 사이드카가 올해 27번째로 발동됐고, 낮 12시 38분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코리아타임스). 외국인은 10월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팔아 약 18조 1,300억 원을 순매도했다(뉴스웨이). 같은 날 열린 금융위원회의 긴급 시장점검회의는 "하락 속도와 수급 측면에서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평가하고, 증권사의 무분별한 신용공여 자제와 불법 공매도·시세조종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놓았다(SBS Biz).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 대응이 가리키는 시장관은 낡았다. 문제는 변동성을 억제하는 데 맞춰진 규제 관행이, 이제 가격이 한국 밖에서 24시간 만들어지는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명은 제각각이었고, 방아쇠는 바깥에 있었다
급락의 원인으로 언론은 AI 투자 수익성 의구심, 중국 CXMT의 추격, 미국 물가와 금리, 유가를 거론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가트너 추정을 인용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에 비해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모자랄 수 있다고 짚고 CXMT의 추격을 경고했다. 반면 조세일보는 CXMT 기술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고 이번 충격이 CXMT 때문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같은 기사는 미국 9월 CPI가 3.7%로 시장 예상(3.6%)을 웃돌았고,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가 하루 15.46% 급락한 점을 함께 들었다.
설명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 것을 곧바로 해설의 오류라고 할 수는 없다. 복합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했을 수 있다. 다만 확인되는 사실은 분명하다. 비중이 큰 방아쇠, 곧 미국 금리와 미국 AI 인프라 기업의 신용 불안은 한국 밖에서 당겨졌고,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반도체 종목(경향신문 사설)이 그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시장이 한국 밖의 정보로 움직이는데, 국내 규제는 한국 안의 거래를 단속하는 데 머물렀다.
거래를 막아도 가격은 막지 못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무기한 선물' 유의사항을 냈다. 한국 주식을 기초로 한 무기한 선물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10200배 레버리지로 거래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내용이다. 150배 상품은 0.66% 역행만으로 전액 청산될 수 있다는 예시까지 들었다(MTN). 위험 경고 자체는 옳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미 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을 전한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2월 19일부터 8월 8일까지 11개 해외 거래소의 한국 종목 무기한 선물 누적 거래대금은 약 1,760억 달러(약 243조 원)였고, SK하이닉스가 92%를 차지했다. 같은 분석에서 하이퍼리퀴드 가격의 정규장 마감 후 변동은 다음 날 코스피 시가 갭과 상관계수 0.98을 보였고, 35거래일 중 33일 방향이 같았다. 표본이 짧고 한 증권사의 분석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상관이 인과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 SK하이닉스 선물은 정규장 종가보다 5.15% 낮게 거래됐지만(토큰포스트), 19일 코스피는 1.76% 올랐다. 이 시장은 거래가 얇아 소액 주문에도 흔들린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렇더라도 방향은 분명하다. 국내 시장이 닫힌 시간에 해외 24시간 시장이 가격을 먼저 만들고, 그 가격이 국내 시초가와 맞물리는 구조는 이미 존재한다. 같은 기사에는 국내에서 하한가 매도가 체결되자 해외 오라클에 반영돼 가격이 17.9% 떨어지고 약 5,740만 달러의 롱 포지션이 청산된 사례도 나온다. 해외 가격이 국내를 따라가기도 하고, 국내가 해외를 따라가기도 하는 쌍방향 연결이다. 금지는 이 연결을 끊지 못한다. 국내 투자자와 국내 시장이 그 정보에서 멀어질 뿐이다.
'주의보'만 있고 '대안'은 없다
금융위원회는 유의사항에서 국내 유사 상품 도입 여부에 대해 "시장 영향, 투자자 보호, 글로벌 규제 논의를 종합 검토해 결정하겠다"고만 밝혔다(MTN). 시한도, 검토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다. 위험을 알리는 일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국내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다르다. 해외 거래의 법적 구제는 어렵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국내에 같은 수요를 받을 제도 설계를 미룬다면, 투자자 보호는 구호에 그친다.
개방의 필요성은 외부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MSCI는 6월 23일 한국을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았다. 원화의 역외 실물 인도 불가, 지수 펀드의 외환 운용 제약, 공매도 재개에 따른 전산 모니터링 부담이 이유로 거론됐다. 시장접근성 평가 6개 항목 중 5개가 '개선 필요'였고, 유일하게 개선된 항목은 한국 지수 연계 파생상품이 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데 따른 '투자상품 접근성'이었다(뉴스토마토). 해외에서 한국 지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것이 접근성 평가에서는 가점이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경고 대상인 것이 국제 평가에서는 개선 요인이라는 모순을 당국은 정리해야 한다.
AI가 격차를 거래하는 시대
시장이 24시간 열리고 뉴스와 가격이 실시간으로 흐르면, 이를 가장 빠르게 해석하는 것은 AI와 알고리즘이다. 국내외 가격 시차, 야간 파생상품의 쏠림, 정규장 갭을 동시에 읽는 전략은 사람보다 기계가 잘한다. 한국 시장의 알고리즘 거래 비중은 이번 취재에서 공개 자료를 찾지 못했다. 이는 그 자체로 감독의 사각지대일 수 있다. 정부는 7월 6일부터 원·달러 24시간 거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고(시행 현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2027년에는 역외 원화 결제 체계를 완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뉴스토마토). 개방이 진행될수록 격차를 거래하는 주체는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금융 AI 7대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권 전반의 일반 원칙이며 알고리즘 매매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계명대 교수 칼럼 인용). AI 거래의 레버리지 청산 연쇄, 오라클 조작 가능성, 야간 가격의 국내 파급을 측정하는 체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보의 투명화. 해외 파생시장의 한국 종목 거래량, 미결제약정, 야간 가격을 감독당국이 상시 집계해 공개하라. 모니터링한다고 말하는 것(MTN)에서 지표를 내놓는 것으로 넘어가야 한다.
국내 대안의 시한부 검토. 해외 무기한 선물과 같은 수요를 투자자 보호 장치 아래 받아낼 상품을 만들지 말지, 만든다면 어떤 레버리지와 증거금 규칙으로 할지 일정을 정해 결론을 내라.
안정장치의 사후 평가. 사이드카가 올해만 27번 발동됐다. 가격제한폭, 변동성완화장치, 서킷브레이커가 실제로 시장을 안정시켰는지, 해외 시장으로 거래를 밀어낸 것은 아닌지 데이터로 검증하라.
AI·알고리즘 거래 감독 체계. 금융 AI 일반 원칙을 거래 영역으로 확장하고, 알고리즘 거래의 비중과 위험을 보고받는 체계를 만들어라.
언론도 달라져야 한다. 해외 가격이 먼저 움직인 날에는 그 가격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마감 뒤에 원인을 붙이는 해설은 설명의 빈칸을 메울 뿐이다.
변동성은 시장이 정보를 소화하는 과정의 부산물이다. 이를 억누르려는 규제는 가격 정보가 만들어지는 곳을 바꾸지 못하고, 감독당국의 시야를 좁힐 뿐이다. 글로벌 AI 실시간 거래에 대비한다는 것은 변동성을 없애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변동성을 측정하고 감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약속이어야 한다. 그 시한은 MSCI의 2027년 재심사보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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