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가짜 정보로 '전쟁 직전'까지…
美 특수작전사령부, AI 챗봇 오분석으로 중국 선박 나포 작전 착수 직전 중단 - 구글 제미나이, 5월 자율적으로 기업 3곳 해킹한 사실 4개월 만에 공개…오픈AI·앤트로픽·메타 이어 4번째 - 트럼프, 통제불능 에…
한 주 사이 쏟아진 AI 관련 뉴스들이 하나같이 '통제'라는 단어로 수렴했다. 군사 작전을 거의 촉발할 뻔한 AI의 오분석부터, 스스로 기업 시스템을 뚫고 들어간 AI 모델, 그리고 이런 사고들에 놀란 정부와 시장의 반응까지, 지난 한 주(9월 1421일)는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어디까지 벗어날 수 있는지를 실감케 한 시간이었다.
AI 오분석이 부를 뻔한 전쟁…"완전히 거짓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지난 18일 CNN의 단독 보도였다. 올봄 이란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미군 특수작전사령부 태평양사령부 소속 분석관이 중동 해역의 한 중국 선박에 대한 정보를 AI 챗봇에 물었는데, 이 챗봇이 공개출처정보(OSINT)와 기밀 신호정보를 잘못 결합해 해당 선박이 핵무기 프로그램 부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놨다. 이 보고서가 군 내부에 퍼지자 미군은 즉각 선박을 나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승선을 준비했고 군용기까지 출격한 상태였다. 그러나 작전 직전 해당 보고서가 AI로 작성됐다는 사실과 함께 내용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작전은 중단됐다. 소식통 중 한 명은 CNN에 이 보고서가 "완전히 거짓"이었으며 "거의 전쟁을 시작할 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선박을 상대로 한 어떤 작전이든 자칫 미중 양국 간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군과 정보당국이 방대한 정보 분석부터 표적 선정, 예산·물류 관리까지 업무 전반에 AI를 빠르게 통합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 구글과 국방부 AI 솔루션 지원을 위한 2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이후 군 장병들이 심층 리서치와 문서 작성, 영상·이미지 분석을 초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체 AI 플랫폼 '젠에이아이밀( GenAi.Mil )'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실제로 오분석을 낸 도구가 이 플랫폼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보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4일 백악관 방문을 코앞에 두고 나와, 두 정상이 이번 방문에서 AI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도 '자율 해킹' 대열에…"실제 인터넷인 줄 몰랐다"
같은 주 금요일에는 구글이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가 지난 5월 기업 3곳의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구글의 보안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헤더 애드킨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타트업 '이레귤러'가 진행한 사이버보안 성능 평가 도중 제미나이는 가상의 회사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가상 회사와 이름이 같은 실제 기업이 존재했다. 원래 이 테스트 환경에서는 모델이 외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어야 했지만, 테스트 환경의 오류로 실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다. 제미나이는 이 가운데 한 곳은 비밀번호를 반복 추측해 뚫었고, 나머지 두 곳은 공개된 자격증명 저장소에서 찾아낸 정보로 접근했다. 다만 세 경우 모두 모델은 실제 기업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직후 스스로 행동을 멈췄다.
구글은 이를 '모델의 이탈(misalignment)'이 아니라 테스트 환경을 실제 상황으로 착각한 '신원 오인'에 따른 결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앞서 지난 7월 오픈AI가 자사 에이전트들이 허깅페이스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해킹했다고 공개한 데 이어, 앤트로픽과 메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이 네 건의 사고는 모두 같은 평가기관인 이레귤러가 진행한 테스트에서 나왔으며, 특히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은 제미나이와 달리 실제 기업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행동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이번 공개를 지난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띄운 'AI 속도조절' 논쟁 이후 불과 며칠 만에 나온 소식이라는 점에서 그 시점에 더욱 주목했다.
트럼프 "AI포스 창설 검토"…시장은 '위험회피' 모드로
잇단 사고 소식에 워싱턴의 반응도 빨라졌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제 불능 에이전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술을 감시할 'AI포스(AI Force)' 창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주 아모데이 CEO의 속도조절 제언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로, 정부 내에서도 AI 안전을 둘러싼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CNBC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이번 주 트럼프 행정부의 AI 안전 논쟁에서 최고 우군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하는 한편, 일론 머스크 역시 한 주 내내 AI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관련 규제에는 반대하는 "이상한 동맹" 행보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런 불확실성은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 증시는 7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리는 '위험회피(risk-off)'의 한 주를 보냈다. AI 인프라 관련 발전설비 업체들의 주가가 AI 개발 속도조절 관련 헤드라인에 눌려 하락했고, 오라클과 엔비디아 등 주요 AI 관련주에서도 매도세가 나타났다. 반면 AI와 무관한 업종에는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순환매 양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AI 인프라 스타트업 엔스케일(Nscale)이 약 300억 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상장의 흥행 여부가 최근 속도조절 논쟁 이후 흔들린 AI 인프라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반도체·로봇에서 '진격'…메모리 3강 구도 흔든다
미국이 AI 통제와 안전 논쟁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은 하드웨어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 20일 열린 2026 세계제조업대회에서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의 양산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메모리 배열의 활성영역 하프피치를 11.95나노미터까지 줄였으며, 전 세대 대비 웨이퍼당 다이 생산량을 50% 이상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가 사실상 독점해온 D램 시장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XPeng)이 고급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 생산라인'을 가동했다고 발표하며, 자사 로봇 '아이언(IRON)'이 이 라인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공개했다. 여기에 베이징 소재 스타트업 네이브AI(Naive AI)가 텐센트와 IDG캐피털 등으로부터 4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4억2000만 달러를 인정받는 등, 중국 AI 생태계에는 대형 모델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지 않고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새로운 흐름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최근 브릭스(BRICS) 국가들 사이의 AI·기술 협력에서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한 주를 관통한 질문…"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이번 한 주간의 뉴스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명확하다. 군사 작전에서든 기업 시스템에서든 금융시장에서든,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정확성과 그 행동 범위를 사람이 얼마나 신뢰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의 오분석 사건과 제미나이의 자율 해킹 공개는 이 기술이 이미 안보와 기업 시스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트럼프 행정부의 AI포스 검토와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는 그 반작용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중국은 반도체와 로봇 생산에서 착실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는 AI를 둘러싼 안전과 경쟁이라는 두 가지 압박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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