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크립토 규제법 '클래러티법', 상원 문턱서 좌절…49대 50으로 부결

15일(현지시간) 상원 클로처 투표서 60표 못 채워…민주당 전원·공화당 4명 반대 - 지난해 7월 하원 통과(294대 134) 이후 1년 넘게 이어진 입법 시도, 사실상 벽에 부딪혀 - SEC·CFTC 관할권 나누…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에 명확한 규제 체계를 세우려던 초당적 입법 시도가 15일(현지시간) 상원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른바 '클래러티법(CLARITY Act)'으로 불리는 '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H.R. 3633)'이 이날 상원 본회의 토론 개시를 위한 클로처(토론종결) 투표에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애초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탈하며 과반조차 얻지 못하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1년 넘게 이어진 입법 마라톤, 어디서 시작됐나

클래러티법은 지난해 7월 1418일 미 하원이 '크립토 위크(Crypto Week)'로 이름 붙인 집중 입법 기간에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안과 함께 추진된 3대 크립토 입법 패키지 중 하나였다. 지난해 7월 17일 하원 본회의에서 294대 134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으며, 이 가운데 민주당 78명도 찬성표를 던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초당적 지지를 확인한 바 있다.

법안의 핵심은 그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사이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지털자산 관할권 다툼에 명확한 선을 긋는 데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처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프로토콜 사용에 가치가 '본질적으로 연동된' 자산은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으로 분류해 CFTC가 현물시장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갖도록 하고, 스테이블코인과 증권형 토큰 등은 각각 은행 규제당국과 SEC 관할 아래 두는 3단계 분류 체계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 거래소·브로커·딜러의 CFTC 등록 의무화, 탈중앙금융(DeFi) 프로토콜에 대한 제한적 예외 인정, 고객 자산 보호와 불법 자금세탁 방지 규정 강화 등도 담았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법안 시행 후 270일 안에 SEC와 CFTC가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하도록 명시했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후 상원에서 두 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다뤄졌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증권 규제와 스테이블코인, 불법금융 관련 조항을, 상원 농업위원회는 현물 디지털상품 시장에 대한 CFTC 규제를 각각 별도로 다루는 '디지털상품중개업자법(DCIA)'을 마련해 두 텍스트를 병합하는 작업을 벌였다. 올해 5월 14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가 공화당 13명 전원과 민주당 2명이 찬성한 15대 9로 법안을 표결 처리했고, 7월 22일과 27일에는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 주도로 은행위·농업위 두 트랙을 하나로 합친 수정 통합안이 공개됐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8월 초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직전 클로처 동의안을 제출하며, 휴회 후 첫 표결로 이번 9월 15일 투표를 예고해뒀다.

"60표 벽" 못 넘은 이유…윤리 조항과 당적 이탈이 발목

이날 표결은 법안 자체의 찬반을 가리는 최종 표결이 아니라, 본회의 토론을 시작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절차적 투표였다. 미 상원 규정상 이런 클로처 투표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즉 100석 기준 60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표결에서는 찬성이 49표에 그쳤고, 민주당 의원 전원과 함께 공화당에서도 수전 콜린스(메인), 조시 홀리(미주리), 제리 모런(캔자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등 4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과반(50표)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앞서 상원 은행위원회 표결 당시부터, 찬성했던 민주당 의원들조차 본회의 전체 표결에서까지 찬성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특히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크립토 업계와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윤리 조항이 협상 막판까지 쟁점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블록체인협회는 지난 6월 전직 국가안보·법집행 관계자 160명과 공동 명의로 상원 지도부에 법안 지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기고에 화답하며 공개적으로 법안 통과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업계의 전방위 압박에도 정작 상원 문턱은 넘지 못한 셈이다.

"사실상 2026년 내 입법 무산"…남은 변수는

업계에서는 이번 부결로 올해 안에 포괄적인 미국 크립토 시장구조법이 실제로 제정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클로처 투표는 법안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관문으로 꼽혀왔는데, 이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는 것은 남은 회기 안에 재상정을 시도하더라도 표 대결 구도 자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그동안 크립토 업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은행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이 경우 법안 통과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그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 법안이 사기와 시장조작에 책임을 묻는 '투자자 보호법'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SEC와 CFTC 사이에 공동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규제를 조율하도록 하는 등 오히려 규제 공백을 메우는 법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첨예한 윤리 조항과 당파적 계산이 얽히며 결국 본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이번 결과는,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이 당분간 SEC와 CFTC 사이의 관할권 불확실성 속에 계속 머물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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