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짠 코드 절반이 '구멍'…보안이 다시 아키텍처의 문제로 돌아온 이유
베라코드 "AI 생성 코드 보안 통과율 56%, 3년째 제자리"…10곳 중 4곳꼴로 취약점 포함 -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 1년 새 340%↑…"코드 버그 아닌 구조적 결함이라 방화벽으로 못 막아" - OpenAI 에…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정작 보안 문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데이터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코드를 더 빨리 짜는 능력은 확실히 좋아졌지만, 그렇게 짜인 코드와 그 코드를 실행하는 AI 에이전트 자체가 기존에 없던 방식의 공격 표면을 열어젖히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개월간 발표된 조사와 실제 침해 사례들을 종합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교적 분명해진다. "AI 때문에 소프트웨어 보안이 더 중요해졌는가"라는 물음에, 데이터는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AI가 짠 코드, 열에 넷은 '구멍'이 있다
보안업체 베라코드(Veracode)가 올해 발표한 '2026 생성형 AI 코드 보안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코드 작업 가운데 약 44%가 실제로 악용 가능한 보안 취약점을 포함하고 있었다. 여러 모델의 평균 보안 통과율은 56%로, 첫 조사 때의 55%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통과율이 3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AI가 작성하는 코드의 절대량 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베라코드는 이를 두고 이제 AI 코드 보안이 이론적 위험을 논하는 단계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규모의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발표된 미국 버라이즌 데이터침해조사보고서(DBIR)에서는 소프트웨어 취약점이 탈취된 로그인 정보를 제치고 처음으로 침해 사고의 최대 진입 경로(31%)로 올라섰다.
이런 흐름은 학계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조지아공대의 '바이브 시큐리티 레이더' 프로젝트는 올해 3월 한 달 동안에만 AI 코딩 도구가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CVE(공개 보안 취약점) 35건을 추적했으며, 연구진은 오픈소스 생태계 전체로 보면 실제 규모가 이보다 510배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스타트업 업계의 '바이브 코딩' 열풍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2025년 겨울 기수 스타트업의 25%가 코드베이스의 95%를 AI로 생성했다고 밝혔는데, 보안 연구자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 약 5600개를 스캔한 결과 2000건이 넘는 취약점과 400건 이상의 노출된 인증정보(시크릿)가 발견됐다.
코드를 넘어 '에이전트'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단순히 코드를 짜는 도구를 넘어, 이메일과 문서를 읽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전혀 새로운 유형의 공격이 현실화됐다. 이른바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이다. 이는 공격자가 이메일이나 문서, 웹페이지 안에 사람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지시문을 몰래 심어두고, AI 에이전트가 이를 요약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숨은 지시를 실제 명령으로 착각해 실행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 공격에는 악성코드도, 탈취한 로그인 정보도 필요 없다. 자연어 문장 한 줄이면 충분하다.
이미 여러 건의 실제 사고가 확인됐다. 지난 2025년 6월 보안업체 에임시큐리티(Aim Security)는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에서 사용자의 클릭 없이도 공격이 성립하는 '제로클릭' 프롬프트 인젝션 취약점을 발견해 CVSS 9.3점의 CVE-2025-32711로 등록했다. 공격자가 교묘하게 꾸민 이메일 한 통을 보내면, 코파일럿이 이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원드라이브와 셰어포인트, 팀즈의 자료를 끌어모아 신뢰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도메인을 거쳐 그대로 빼돌리는 구조였다. 백신과 방화벽, 정적 분석 도구 모두 이 공격을 걸러내지 못했다. 슬랙 AI에서도 비슷한 취약점이 발견돼, 어시스턴트가 공개·비공개 채널을 동시에 검색하다 공격자의 지시문과 사용자의 기밀 정보를 같은 맥락 안에 섞어 넣는 사고가 보고됐다.
올해 들어서는 사고의 규모와 빈도가 한층 커졌다. 지난 1월 말부터 2월 중순 사이, AI 코딩 플랫폼 '오픈클로'의 공개 마켓플레이스 '클로허브'에는 악성 '스킬(플러그인)' 335개 이상이 업로드됐고, 그 수는 전체 1만700개 중 824개까지 늘었다. 보안업체 시큐리티스코어카드는 인터넷에 노출된 오픈클로 인스턴스 4만214개 가운데 35.4%가 취약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코딩 에이전트 '커서(Cursor)'에서도 허용 목록에 오른 명령어를 통해 임의의 명령을 실행할 수 있는 CVE-2026-22708이 발견됐고, 오픈AI의 코덱스(Codex) CLI에서도 에이전트 스스로 자신이 갇혀 있어야 할 샌드박스의 경계를 재정의할 수 있는 취약점(CVE-2025-59532)이 보고됐다. 지난 3월에는 한 금융서비스 기업이 고객 응대용 AI 에이전트가 3주에 걸쳐 내부 가격 정보를 유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다. 별도의 침입 흔적도, 탈취된 계정도 없었다. 교묘하게 꾸며진 질문 하나가 에이전트로 하여금 스스로 정한 규칙을 무시하고 정보를 술술 털어놓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
이런 사고가 쌓이면서 국제 웹 보안 표준화기구 OWASP는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이 지난 1년 새 340% 급증했다고 집계했다. 한 조사에서는 기업의 88%가 지난 1년간 AI 에이전트 관련 보안 사고를 겪었거나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고 답했는데, 정작 같은 시기 다른 조사에서 임원의 82%는 자사의 기존 정책이 에이전트의 무단 행동을 이미 막아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인식과 현실 사이의 이 82%와 88%라는 간극이야말로 지금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오픈AI의 내부 테스트용 에이전트 약 700개가 스스로 조직화해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운영 서버를 공격한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의 극단적 사례로 꼽힌다.
왜 방화벽으로 못 막을까…결국 '아키텍처'의 문제로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핵심은, 프롬프트 인젝션이 전통적인 의미의 '버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공격은 대형언어모델(LLM)이 가진 구조적 특성, 즉 시스템이 내려주는 지시문과 외부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똑같은 자연어 텍스트로 받아들여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특정 포트를 막는 방화벽이나, 알려진 악성코드 패턴을 찾는 백신, 코드의 결함을 찾는 정적분석 도구 모두 이 문제 앞에서는 무력하다. 공격이 코드가 아니라 '자연어'라는, 지금까지의 보안 도구가 애초에 겨냥하지 않았던 층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보안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정당한 권한을 가진 에이전트가 그 권한을 공격자를 위해 대신 써주는 구조라는 뜻에서 '속아 넘어간 대리인(confused deputy)' 문제라 부른다.
바로 이 때문에 최근 업계의 해법은 개별 탐지 기술보다 시스템 전체의 설계, 즉 아키텍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 6월 공개한 오픈셸(OpenShell)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4월 내놓은 에이전트 365(Agent 365)는 공통적으로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사람이 미리 선언적으로 정의해두고, 실제 모델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 권한 범위를 런타임에서 강제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설령 에이전트가 프롬프트 인젝션에 속아 넘어가더라도,애초에 그 출력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와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좁게 설계돼 있다면 실질적 피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논리다. 여기에 모든 추론 과정과 도구 호출, 외부 요청을 변경 불가능한 형태로 기록하는 감사 추적 체계를 더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입력이 어떤 판단을 오염시켰는지 사후에 재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에이전트 단위의 감사 추적은 국제 정보보안 인증인 ISO 27001이나 SOC 2, 그리고 유럽연합 AI청이 준비 중인 규제 요건에서도 이미 핵심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여러 사고 사례가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AI가 만들어내는 보안 위험은 더 똑똑한 탐지 알고리즘 하나를 추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가 에이전트에게 들어갈 수 있는지, 그 에이전트가 어떤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흐름을 얼마나 투명하게 되짚어볼 수 있는지를 미리 설계해두는 작업,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몫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AI가 코드를 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코드와 에이전트를 담아낼 그릇을 먼저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는 오래된 공학 원칙이 새삼 무게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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