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만난 로봇 동료"…휴머노이드 상업화 본궤도, 한국 노동시장도 정조준

- 상반기 글로벌 출하량 2만2000대, 전년 대비 300%↑…중국이 97% 싹쓸이 - "몸값 비싼 한국, 다음 타깃"…중국 로봇기업들 잇달아 진출 채비 - 물류·제조 현장 깊숙이 들어온 AI, "일자리 소멸 아닌… — 피지컬AI, 로봇, AI직업

지난 2주 사이 세계 AI 산업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의 신호를 보낸 것은 거대 언어모델의 새 버전이 아니라,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몸을 가진 AI', 즉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21일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2만2000대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30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전시장 시연이나 온라인 영상 속 화제성 콘텐츠에 머물렀던 로봇들이, 이제는 공장 조립 라인과 물류창고 통로를 실제로 오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애지봇·유니트리가 이끈 상반기, 판도는 '하드웨어'에서 '시스템'으로

이번 조사에서 시장 1위는 상반기에만 약 9700대를 출하해 43%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중국 애지봇(AGIBOT)이었다. 애지봇은 엔터테인먼트·공연 대여 시장에서 확보한 콘텐츠 생태계를 발판 삼아, 동시에 소비자 전자제품과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에도 로봇을 집단 배치하며 실질적인 산업 현장 성과를 쌓고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상장에 성공한 유니트리(Unitree)가 7000대 이상으로 2위, 스마트 약국 사업을 확장해온 갈봇(Galbot)이 1100대 이상으로 3위에 올랐다. 갈봇은 자체 개발한 산업 현장용 비전-랭귀지-액션(VLA) 모델을 앞세워 배터리 업체 CATL의 생산라인 테스트를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유비테크(UBTECH)와 러쥐로보틱스도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용도별 구도 변화다. 여전히 엔터테인먼트·데이터 생산 용도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무인 약국 등 오프라인 리테일 현장이 새로운 데이터 학습장으로 떠오르면서 서비스·안내 용도가 19% 점유율로 3위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지능형 제조와 창고·물류 분야 비중도 각각 13%, 5%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로봇이 주변 환경 변화를 스스로 예측하는 '월드모델' 기술이 VLA 아키텍처와 결합하면서, 동적인 산업 현장에서도 로봇의 작업 일반화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체 출하량이 5만 대를 넘어 전년 대비 2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 시장은 한국"…높은 인건비가 오히려 기회로

이 같은 상업화 물결은 국경을 넘어 한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6일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Yicai) 보도를 인용한 국내 매체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에서 중국 로봇기업들은 유럽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제조업부터 농업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2025년 3월 베이징에서 설립된 로봇 스타트업 언바운디드 다이내믹스는 프랑스에 첫 휴머노이드 로봇 물량을 선적한 데 이어, 한국을 그다음 해외 시장 후보로 거론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높은 인건비 탓에 상업용 로봇 도입에 대한 수요가 크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사업 거점을 세우기에도 유리한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4만 대를 넘어 전 세계 출하량의 97%를 차지했는데, 이 압도적인 물량과 기술 성숙도가 한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전기차 시장에서 벌어졌던 '중국발(發) 가격 경쟁'이 이제 로봇 시장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로봇 'RB-Y1'은 쿠팡 물류센터에 시범 투입돼 실증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조립공정에 본격 배치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도 'K-휴머노이드 연합'을 통해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로봇이 걸어 들어온 일터, 사람의 자리는 어디로

이런 변화는 통계 속 숫자로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11일 발표된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는 2025년 전 세계 청년 실업률이 12.4%, 인원으로는 6700만 명에 달했다고 집계하면서, 기술 변화와 경기 불확실성이 그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술 전환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 부분적으로는 타당하지만, 그 시점과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의 성격이 청년층이 지금 가진 기술·경험과 동떨어져 있다면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한 세대가 생겨날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국내 노동 현장의 반응도 비슷한 결을 띤다. 최근 한 노동 전문 매체는 올해 8월 건설·제조 현장을 취재한 기사에서, 현장 소장과 중소업주들 사이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느냐"보다 "어디로 이동하느냐"는 질문이 더 자주 들린다고 전했다. AI와 로봇 도입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특정 전문 인력에는 높은 임금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내놓은 분석에서도, 향후 23년 안에 미국 내 일자리의 5055%가 AI 영향으로 재편되겠지만 실제로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는 101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결국 이번 상반기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급증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 산업의 성장이 아니라, AI가 사무실 화면 밖으로 걸어 나와 물류창고와 생산라인, 나아가 약국 카운터까지 파고드는 속도 그 자체다. 로봇 한 대가 창고 통로를 오갈 때마다, 그 옆을 지키던 사람의 역할도 조금씩 다시 그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재편이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역할의 재배치'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재교육과 사회적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속도가 로봇이 공장에 들어오는 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태그: #크리스컴퍼니 #AI #피지컬AI #로봇 #AI직업

본 콘텐츠는 글로벌 IT 아키텍처 컨설팅 회사 CHRISCOMPANY의 기술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제공됩니다. 발행: 크리스미디어 (CHRISMEDIA)